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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상표권 뭐가 원조? 뭐가 짝퉁?
작성자 Admin 등록일 2005-04-11 조회수 2133
업계, “뜨는 상표 잡아라” 분쟁 증가 추세…특정상표냐, 보통명사냐 논란도

거대 다국적 기업 스타벅스가 국내 토종 업체와의 상표권 분쟁에서 고개를 숙였다. 지난 3월18일 특허법원이 미국 스타벅스사가 엘프레야를 상대로 낸 상표등록 무효소송을 기각한 것. 엘프레야는 지난 1999년 자본금 3억원으로 설립됐으며 에스프레소커피, 아이스크림 등을 취급하는 프랜차이즈회사다. 이런 초미니 토종 업체가 세계 최대 커피 전문점인 스타벅스를 무릎 꿇게 한 사건의 전말은 뭘까.
발단은 이렇다. 스타벅스사는 엘프레야가 지난 2003년 등록한 상표에 대해 “이미 92년에 자사가 등록한 상표와 너무 흡사하다”며 그해 바로 특허심판원에 상표등록 무효심판을 청구했다. 2개의 동심원으로 구성된 점과 동심원 사이에 좌우로 별 모양이 배치돼 있는 점, 하단에 영문자 ‘COFFEE’가 있는 점 등에서 상표구성의 아이디어가 완전히 동일하다는 것이 스타벅스측의 주장이다(그림 참조).

하지만 특허심판원은 물론이고 특허법원의 재판부 역시 엘프레야의 손을 들어주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2개의 크고 작은 동심원 구조를 하고 원과 원 사이에 문자 및 별을 배치한 점, 작은 동심원 내부에 여신의 형상을 표시한 점에서 다소 유사한 면이 있다”면서 “그러나 문자구성이 서로 다르고 원 내부의 여신 형상도 스타벅스의 것은 동화에 나오는 인어공주와 같은 형상을 하고 있어 외관이 다르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재판부는 “동심원 사이에 상호나 커피 등의 문자, 별 모양 등을 배치한 표장은 커피 체인업계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사실이 인정된다”며 “엘프레야의 상표등록일 전에 스타벅스의 점포가 서울의 6곳에 국한돼 있어 국내에서는 널리 알려져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시했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양 업체의 상표 로고를 동일하다거나 유사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 2000년 이후 상표권 분쟁 급증 이번 판결로 양 업체는 희비가 엇갈렸지만, 분쟁은 계속 이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스타벅스의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 케이씨엘의 한 변호사는 “본사에서 검토작업을 마친 뒤 대법원 상고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잇따른 패소판결에 스타벅스쪽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렇게 되면 스타벅스의 브랜드 인지도를 이용해 비슷한 상표를 내건 업체가 더 늘어날 소지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자사 브랜드 이미지가 깎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김우기 엘프레야 사장은 “엄연히 다른 상표인데 다국적 기업이 횡포를 부린 것”이라며 승소판결이 난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을 보인다.

상표권을 둘러싼 분쟁은 곳곳에서 불거져나오고 있다. 특허청 산하 특허심판원에 따르면 상표권 분쟁은 지난 2000년 이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특허심판원에 접수된 심판청구 건수는 모두 4582건으로 2000년 2787건에 비해 크게 늘었다. 특허심판원 관계자는 “IMF 외환위기 직후인 98~99년에 감소 추세를 보인 이후로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한다.

분쟁기간도 길어지는 분위기다. 보통 1심은 특허청의 특허심판원에서 담당하는데, 1심 판결에 불복한 측이 고등법원인 특허법원에 심결취소소송을 제기하게 되며, 이후 다시 대법원으로 상고하게 되는 심급구조를 취하고 있다. 특허법원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상표와 관련한 상고율은 전년에 비해 늘었다는 것.

상표 관련 분쟁의 상당수는 스타벅스와 엘프레야 간의 분쟁과 같이 먼저 상표를 등록한 업체가 유사한 상표들에 상표등록무효를 주장하는 경우다. 상표가 유사할 경우 양쪽의 상품이나 업체가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99년 OB맥주에 인수된 카스(Cass)맥주는 숱한 유사상표에 시달렸던 대표적 브랜드다. 카드스(Cadss)??????, 카쉬(Cash), 카즈(Cazz) 등 카스맥주를 흉내내려는 유사상표들이 한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초에도 카스맥주와 유사한 카쉬(Cash)가 철자는 달라도 소비자들에게 혼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사용해선 안 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유명상표를 흉내내려는 것은 국내외 업체를 막론하고 벌어진다. 최근에는 안경수선업체인 ‘월마트안경’이 대규모 할인점업체의 유명상표인 ‘월마트’와 유사한 상호에 해당한다며 등록을 무효로 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을 받았다. 월마트의 유명세를 타보려다 법원의 철퇴를 맞은 경우다.



은행권에선 ‘우리은행’의 이름을 둘러싼 상표권 분쟁이 주목할 만하다. 대다수 시중 은행들이 우리은행이 보통명사인 ‘우리’라는 단어를 상표로 독점 사용함에 따라 불편을 겪고 있다며 반발하고 나선 것. 아직 소송으로까지 이어지진 않았지만, 우리은행쪽은 금융당국으로부터 정식 인가를 받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밖에도 상표권 분쟁은 그야말로 다양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병철 닷컴’(이병철.com)의 도메인 네임을 삼성쪽에 귀속시키도록 한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의 사례는 상표권 등록이 먼저 이루어지지 않았더라도 저명한 기업이나 개인을 대표하는 상표는 해당인에게 귀속돼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때로는 그룹의 명칭이 분쟁의 불씨가 되기도 한다. 대성그룹 창업주인 김수근 명예회장의 3형제 중 장남 김영대 회장과 삼남 김영훈 회장은 각기 서로 다른 계열사들을 거느리면서 동일한 ‘대성그룹 회장직’을 유지해, 한때 ‘대성그룹’에 대한 상표권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 일부 기업, 자체팀 가동해 강력대응 이에 따라 일부 기업들은 자체 법무팀을 가동시키는 것 말고도 상표관리에 적극적 움직임을 보인다. LG그룹의 경우 지난해 ‘브랜드관리위원회’를 만들어 국내외의 브랜드 도용 및 상표권 분쟁에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무형 자산인 브랜드와 상표를 철저히 관리, 육성해 나가겠다는 취지에서다.

이철우 법률사무소의 이철우 변호사는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지식·서비스산업으로 옮아갈수록 브랜드의 힘이 점차 강화되기 마련”이라며 “최근 4~5년간 상표권 소송이 부쩍 늘었다”고 지적한다. 특히 인터넷의 발달로 광고채널이 다변화되고 개별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기업들의 상표접근력이 커지면서 그만큼 분쟁도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철우 변호사는 또 “자사 제품을 나타내는 표식이 강할수록 홍보에는 시간과 비용이 더 들어가기 마련”이라며 “따라서 이미 알려진 유명 브랜드의 힘을 빌리려는 과정에서 유사상표의 경계선을 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한다.

유독 ‘상표’가 많은 식품업계에선 특히 분쟁이 잦은 편이다. 한 업체가 대박 상품을 내면 제품의 내용물이나 용기 등을 비슷하게 흉내낸 미투 제품은 물론이고, 상표마저 모방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광동제약의 대박 상품 ‘비타500’은 대표적 경우다. 지난 2001년 출시된 비타500이 선풍적 인기를 끌자, 비타1000, 비타C1000, 비타800, 비타900 등이 쏟아져나온 것.

제과업계의 영원한 맞수인 롯데제과와 오리온 간의 상표권 분쟁도 역사가 깊다. ‘후라보노’, ‘초코파이’, ‘자일리톨껌’ 등에서 분쟁을 겪은 양 업체는 최근에는 오리온이 롯데의 ‘포칸’이 자사의 ‘포카칩’과 혼동의 여지가 있다며 소송을 제기하면서 다시 긴장관계에 놓여 있는 상태다.

일단 상표권 분쟁에 휘말리게 되면 늘상 해당업체의 희비가 엇갈리게 마련이다. 일부 사례에선 손해배상소송으로도 이어져 패소하는 쪽이 금전적 피해를 입게 된다. 최근 서울고법이 세탁표백제 ‘옥시크린’을 생산하는 옥시가 유사상표인 ‘옥시화이트’를 생산하는 대상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승소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이번 판결에 따르면 대상은 옥시에게 97년~2002년 2월까지 얻은 이익 3억2천여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부정경쟁방지법을 위반함에 따라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손해배상소송 말고도 상표권 분쟁에서 더 중요한 것은 간접적 피해다. 우인특허법률사무소의 최성우 변리사는 “월마트가 한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 이유도 ‘상표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다. 월마트가 지난 98년 국내 시장에 진출할 당시 이미 월마트라는 슈퍼마켓이 상표등록을 해놓았던 것. 최 변리사는 “약 1년여 동안을 인수 업체였던 마크로라는 기존 이름을 이용해 영업을 했고, 결과적으로 한국 진출 초기에 자사의 브랜드 사용이 자유롭지 못했던 점은 치명적 약점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폭발적 인기를 끈 ‘불닭’을 둘러싼 상표권 분쟁은 2천여곳에 달하는 불닭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는 중이다. 선발 업체인 ‘홍초불닭’이 지난 2003년 특허청으로부터 상표등록을 받았는데, 이미 2001년에 강원도의 부원식품이 ‘불닭’으로 상표권을 등록해 놓았던 것. 부원식품은 지난해 홍초불닭의 상표등록무효심판을 청구했고 1, 2심에서 잇따라 승소판결을 받았다. 최순일 홍초불닭 마케팅팀장은 “부원식품측이 150곳에 달하는 매장에 개별적으로 간판을 내리라고 하고 있다”며 “대법원에선 반드시 승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불닭을 특정업소의 상표로 볼 것인지, 특정요리방식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주목된다.

실제 상표권 분쟁에서 특정상표냐, 보통명사화된 상표냐에 대한 논란은 허다하다. 처음 상표가 출원된 시점과 달리, 이후에 상거래 실정이 바뀌어서 보통명사화된 상표들이 그런 경우다. 이와 관련 최성우 변리사는 “비타500의 경우 유사 브랜드가 많아지면서 상표권에 대한 법적 효력이 많이 약해졌다”며 “대신 시장이 커지고 그 속에서의 독점적 지위도 강해졌기 때문에 마케팅적 측면에서 얻는 이익은 적잖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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